“텀블러 없으면 커피도 못 마신다고요?”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직원이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일회용컵 사용이 안 되는 매장인데, 텀블러나 머그컵 사용 괜찮으실까요?”
순간 당황스러웠습니다. 손에는 늘 들고 다니던 아메리카노가 없었고, 내 텀블러도 오늘따라 가방에 없었습니다. 그날은 무심코 들어간 카페에서 '일회용품 없는 매장'을 처음 접한 날이었습니다.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커피를 포기하긴 싫었습니다. 그래서 직원이 권해준 다회용 컵(리유저블 컵)을 선택했고, 그렇게 예상하지 못한 체험이 시작됐습니다.
그 하루가 지나고 나서 깨달았습니다. ‘불편함’보다 더 크게 다가온 건 생각보다 편하고, 생각보다 뿌듯한 경험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은 그날의 체험과 함께, 요즘 카페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일회용품 없는 움직임’의 배경과 현황, 그리고 우리가 실제로 겪는 변화와 적응 과정에 대해 나눠보려 합니다.
왜 일회용컵을 줄여야 할까? : 우리가 미처 몰랐던 사실들
일상 속 커피 한 잔.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지만, 대한민국에서 하루에 소비되는 일회용컵은 약 700만 개에 이릅니다.
이 중 다수가 제대로 분리배출되지 못하고 소각되거나 매립됩니다. 특히 코팅된 종이컵, 뚜껑, 스트로우 등 복합재질로 이루어진 구성품은 재활용이 어렵고, 대부분은 환경에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처리됩니다.
정부 정책도 본격 강화 중
2022년 6월, 환경부는 '자원순환 기본법' 개정에 따라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시행이 연기되었습니다. 대신 2022년 11월부터 전국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는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이 금지되었습니다. 즉, 매장에서는 머그컵이나 다회용컵 사용이 의무화된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 일부 매장은 규제 대상에서 빠져 여전히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고,
- 소비자 인식 또한 ‘불편하다’는 이유로 아직 변화를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회용품 없는 카페를 직접 체험한다는 것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환경 의식 수준을 체감하는 작은 실험이자 교육의 순간이 되기도 합니다.
일회용품 없는 카페, 진짜 이용해 보니 어땠을까?
제가 방문한 매장은 수도권의 한 독립 카페로, 자체적으로 일회용품 퇴출 정책을 시행 중이었습니다. 머그컵, 텀블러, 다회용 컵 대여, 설거지 공간 운영까지... 이 카페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두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경험 – 텀블러 없이 간 고객은?
- 일회용컵을 대체할 수 있도록 매장 내에 세척된 다회용 컵을 비치해두고 있었습니다.
- 다회용 컵은 일반 머그컵이 아닌, 가볍고 투명한 트라이탄 소재로 제작된 컵이었으며, 외형도 예뻐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 보증금 제도 없이 매장에서 마시기만 한다면 별도 비용은 들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인상 – 컵 반납 시스템
- 퇴점 시 고객이 직접 컵을 반납대에 놓고, 직원이 회수 후 세척을 담당했습니다.
- 테이블마다 ‘이곳에 컵을 놓아주세요’라는 안내 문구가 있어 혼란은 거의 없었습니다.
체험 후 느낀 점
- 처음에는 살짝 불편했지만, 막상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나니 일회용컵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 오히려 머그컵 특유의 무게감과 열 보존력 때문에 더 느긋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었고,
- ‘오늘 하루는 쓰레기 하나 덜 만들었구나’ 하는 작은 만족감이 느껴졌습니다.
이 체험을 통해 저는 우리가 익숙해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일 뿐, 대안은 충분히 편리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일회용컵 없는 삶을 위한 실천 팁 5가지
환경을 위해 일회용품 줄여야 한다는 건 알지만, 막상 실천은 어렵다’는 분들을 위해 제가 체험을 통해 느낀 실천 팁을 공유해봅니다.
1) 텀블러를 가방에 항상 넣어두기
- 텀블러를 휴대하는 습관만 들여도 1년에 300개 넘는 일회용컵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요즘은 작고 가벼운 접이식 텀블러도 있어 부담 없이 휴대할 수 있어요.
2) 머그컵 사용 가능한 매장 체크하기
- 네이버, 카카오맵, 제로서울 앱 등을 통해 다회용컵 매장을 미리 검색하면 불편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스타벅스, 할리스, 투썸 등 대형 프랜차이즈도 일부 매장에서 다회용컵을 도입 중입니다.
3) 매장 내 이용 시 “일회용컵 말고 머그 주세요” 요청하기
- 직원이 자동으로 일회용컵을 제공할 수 있으니, 직접 요청하면 분명한 메시지가 됩니다.
4) 다회용 컵 공유 서비스 이용해 보기
- 일부 도시에서는 다회용 컵 대여/반납 플랫폼(예: 리컵, 트래쉬버스터즈)이 운영 중입니다.
- 앱으로 대여하고, 지정 반납소에 컵을 반납하면 자동으로 세척 및 재배치됩니다.
5) 내 행동이 바꾸는 환경을 체감하기
- 텀블러 한 번 썼다고 지구가 바뀌진 않겠죠.
- 하지만 ‘누군가는 보고, 따라 할 수 있고’, 그렇게 한 명 한 명이 바뀌면 문화를 바꾸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불편함보다 커진 만족감, 그리고 지속가능한 일상
이번 일회용품 없는 카페 체험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행위 이상의 경험이었습니다.
불편함보다는, 스스로의 행동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작은 계기였기 때문입니다.
텀블러 하나, 머그컵 한 잔이 만들어내는 변화는 미미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행동을 할 때
우리의 일상은 조금 더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혹시 아직 ‘불편해서 못 하겠다’고 생각 중이시라면, 한 번만 시도해 보세요.
그 불편함은 며칠 안에 사라지고, 대신 조금 더 당당한 마음과 책임감이 남을지도 모릅니다.